2012년 4월 17일 화요일

안철수를 생각한다. 2 - 우리가 안철수에 대해 아는 것은?


 낭만, 환상, 막연한 기대, 부실한 판단, 매혹. 앞에 나열한 단어들은 정치인을 선택할 때, 아니 정치적 선택을 하려고 할 때면 언제라도 가장 피해야 할 태도를 표현하는 말들이다. 모두 극히 감성적인 경향을 담고 있는데, 정치적 선택에서 이런 태도는 위험으로 직결된다. 묻지마 지지, 닥치고 응원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환상으로 시작해서 환멸로 마무리 되며, 이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시피 하다. 모든 환상은 환멸을 부른다. 
 정치는 항상 미래를 향해 있다. 정치적 선택은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다. 미래사회의 성격을 규정짓는 일이고, 그 안에 담겨 살 수밖에 없는 자신 스스로의 미래, 그 삶까지 볼모로 잡히는 선택이다. 잘못 선택하면 사회가 일그러지고, 자신의 삶과 미래까지 함께 구겨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 감성적 선호를 피하고, 냉혹할 정도로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냉철함을 유지하며, 결단을 내리듯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선택에서 우선 배제해야 할 대상을 점검해 보자. 정체가 분명치 않는 사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사람의 이력은 알지만, 행적을 모르며, 많은 말을 들은 것처럼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인지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다면, 우선은 피하고 보는게 좋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 무엇을 할지 모르는 사람을 선택의 대상에 올려놓은 사람은 어리석다는 말을 피하기 어렵다.
 이성은 구체를 좋아한다. 이성은 뚜렷하고, 명료한 것을 지향한다. 흐릿함은 낭만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 사람이라면 어떤 문제에 대하여 그렇게 대응할 것이라 기대되는 문제의 항목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정치인으로 불릴 자격도 함께 커진다고 봐도 된다.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대할때, 막연한 대안, 모호한 수사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뚜렷이 밝힐 수 있는 사람일수록 선택에 따른 위험이 적다. 그 대안이 좌성인지, 우경인지를 가리지는 않되, 우선 갖춰야 할 덕목이다. 알고 선택할 수 있으니 노선은 나중 문제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미래가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면 기를 쓰고 피해야 한다. 몽환적인 상상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구체적 현실 안에서 뚜렷하게 그려갈 당신과 나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자. 알 수 없는 사람부터 피하고 보는거다
 나는 그런 까닭에 안철수를 가장 위험한 정치인으로 분류한다. 그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그가 그리는 미래상이 어떤 종류인지 꽤 열심히 귀를 열어두고 살았지만 아직까지도 와 닿는게 하나도 없다. 인기가 상당하는 것 말고는 그에 대해 아는게 없다. 대선 8개월을 앞두고 우리가 과연 이런 사람에게 기대를 걸며 바라보고 있어야 할까? 
 오래 정치를 해 온 사람들 가운데 좋은 정치인들이 상당히 많다. 눈을 돌려 보자.

안철수를 생각한다. 1 - 대한민국헌법 대통령 관련 조항


 올해는 두 차례의 선거를 치른다. 지난4월 11일 제 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고, 오는 12월 19일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총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과 새누리당(구한나라당)의 무능력, 각종 추문, 실책등이 국민들을 괴롭혔지만 야당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인해 집권당이 정권심판의 위험을 벗어나 크게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끝났다. 그 이변의 주역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박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통해 차기 대선후보의 위상을 확실히 다지고, 대선승리 가능성까지 한층 높여 놓았다. 이로인해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누구를 야권의 맞상대로 세울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바쁘게 시작되고 있다
 그 와중에 안철수 대망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대중들 사이에 인기를 모았고, 이렇게 확보한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26일 치른 서울시장 보선거에서 박원순 현 시장의 당선을 도운 이력까지 쌓아 놓고 기다리던 안철수교수. 야권에 난립하는 여러 후보들중 누구도 박근혜의 카운터 파트너가 되기 어려울거라는 전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안철수라는 정치신인에게 쏠리고 있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선호도와 평가를 떠나서 최근 몇년사이에 형성되었고, 대선을 8개월 가량 앞둔 지금 더욱 만개하고 있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한국정치와 사회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객관적 현실이라고 하겠다. 앞으로 몇차례에 나눠 그 시도에 동참해 보려고 한다. 
 정기적으로 시간 간격을 유지하면서 쓰기보다는 그때그때 시의성을 고려하면서, 내 시각이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선택에 도움이 될만하다는 판단이 설때마다 부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에 국한해서 이야기하지도 않을 것이며, 정동영, 문재인등 야권 대선 주자군들 가운데 흥미를 끌만한 정치인들 전반에 대해 무언가 말을 할 필요가 생길때마다 써가려고 한다. 대선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한 계속하지 않을까. 하지만 내 진짜 관심은 대선후보가 아니라 대선 자체에 있다. 적임자 고르기.

 본격적으로 안철수를 비롯한 여러 대선후보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살펴보아야 할 과제가 있다. 정치를 논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나 없이 대선과 대선후보를 입에 올려서 씹고, 까불고 하는 동안에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먼저 고찰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생산적 논의를 해 볼수조차 없을만큼 절대적 중요성을 가진 문제다. 중요하지만 간과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과연 대통령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에 대해 기본적인 조사도 해보지 않는다. 경마중계하듯 하는 여론조사와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정치관련 뉴스에 휩쓸려 지지와 반대를 즐기는게 고작이다. 이러저러한 핑계들을 만들어 가면서. 후보들의 자질이나 능력, 대통령으로서의 적합도등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미뤄두는 것이 습관화 되어버렸다. 
  타성에 젖은 이런식의 사고를 탈피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후보들에 관하여 따지고 들기에 앞서 대통령이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이 정의하고, 제한하고, 보장하는 대통령의 역할, 의무와 책임과 권한등에 관해 알아보는 것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했드시, 알아야 대통령을 잘 고를 수 있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먼저 하고, 그의 당선을 위해 핑계를 찾을게 아니라, 어떤 대통령이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알맞은 사람을 고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1987년 10월 29일 9차 개정 헌법이 현재까지 제,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고, 우리가 살펴 볼 헌법상의 대통령관련 조항 역시 이 헌법에 기준을 둔다. 
 헌법 제4장 정부항목 가운데 제1절이 대통령 관련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66조부터 제 85조까지 스무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대통령의 역할, 의무, 책임, 권한에 관한 조항들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제4장 정부

제1절 대통령

제66조 

①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②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③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④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제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제73조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비준하고, 외교사절을 신임·접수 또는 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한다.
제74조 
①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②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제76조 
①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②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③대통령은 제1항과 제2항의 처분 또는 명령을 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
④제3항의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 처분 또는 명령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이 경우 그 명령에 의하여 개정 또는 폐지되었던 법률은 그 명령이 승인을 얻지 못한 때부터 당연히 효력을 회복한다.
⑤대통령은 제3항과 제4항의 사유를 지체없이 공포하여야 한다.
제77조 
①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②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한다.
③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④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⑤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제78조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
제79조 
①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②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위와 같은 대통령의 역할, 의무, 책임, 권한을 확보하고 5년 동안 사회 변화를 주도할 인물로 과연 어떤 사람이 적합할지 지금부터 고민해 보기로 하자. 여론의 동향에 휩쓸리지 말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선동에 들뜨지 말고, 차분하고 꼼꼼하게.


2012년 4월 12일 목요일

김용민 사건이 불러온 정치적 파장-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민통당 선거 관계자들은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공통적으로 말한다. 김용민 사건이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충청과 강원도의 표심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박선숙 사무총장이 먼저 말을 꺼냈고, 이후 다른 자리에서 박용진 대변인도 재차 확인해주었으므로 민통당의 공식적 입장에 준하는 평가라고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이들이 무엇을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을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선거기간 내내 정당은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전략을 만들고, 수정하고 하는데, 이를 통해 사건을 전후해 유의할 정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원인 분석의 차원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것이다.

 이를 발뺌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천실패나 지역밀착형 정치의 실패등 당 차원에서 범한 진짜 잘못을 덮어버리기 위해 면피용으로 꺼내놓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하지만 원인을 분석하는 자리에서까지, '너희들 전체의 잘못인데 자꾸 핑계대지 말라.'는 식으로 윽박지르기나 한다면 여러 원인들을 조목조목 분석해 향후 참고 자료로 활용할 길을 막는 짓이 될 것이다. 분석하는 자리에서는 철저히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발언권을 허용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발뺌이 되기도 어려운 것이, 이는 실시간에 가깝게 지지율 변화를 체크하면서 김용민 사건이 미치는 파장에 대해 확인을 했으면서도, 지지율이 빠져서 선거판세가 불리해지는 것을 보면서도,무슨 이유에서건(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테고, 다른 자리에서 따지자.)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은 자신들의 무능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파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고 해 놓고, 서론이 길어졌는데, 이런 글에서까지 분량이나 밀도를 조절할 필요는 없겠다. 생각 나는 모든 것들을 풀어놓는게 도움이 될테니까. 자 그럼 이제 파장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생각보다 알맹이가 없을수도 있는데 실망하지 마시기 바란다.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인지 나조차 따져보지 않고 쓰기 시작한 글이라서다. 착안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선거기간 막판에 판세분석 관련 기사에서(경향 4.10?) 성동갑구(최재천)가 경합지역이다가 경합열세 지역으로 변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민주당 관계자의 전언이라는 형식으로 전한 적이 있다. 최재천은 이를 들어 마지막 한표가 필요하다고 트위터를 통해 호소했다. 이때 들었던 지지율 변화의 원인이 바로 '김용민 막말파문'이었다. 서울에서도 범강남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간접 증빙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의 조각에 유의하며서 선거 패배 이후 박선숙과 박용진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충청과 강원의 패배에 악영향을 강하게 미쳤다.'는 부분을 추가해서 전체 그림을 완성해 보자.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지를 추정해 보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 추론해 보기로 하자.


 우선은 그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시작한 일이니만큼 거기서부터 출발하는게 좋겠다. 충청과 강원이 왜 가장 강하게 영향을 받았을까를. 다시 부탁하지만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는 잠시 잊어버리시라고 제안하고 넘어간다. 논점에 집중하려면 자꾸 이것 저것 가져와 섞어버리는 일만큼 혼란만 가중시키고 능률을 떨어뜨리지는 짓이 없으니 다시한번 확인.

 이번 선거 결과에서도 확인했지만 아직도 '지역'이라는 변수가 한국 선거에서는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경상은 수구-보수당 지지, 전라는 개혁-진보당 지지의 구도가 기본이고, 제주는 주로 전라와 친화성을 보여 왔다. 충청과 강원은 전통적으로는 전자 세력 우호적으로 유지되다가 김대중정권 이후 변화가 발생해 강원이 후자와 전자를 번갈아 지지하는 식으로 변했다.

 충청은 자민련-선진당으로 이어지는 지역정당(스스로 표방한다.)에 밀착한 상태로 이들의 의중에 따라 좌우를 왔다갔다 하기는 하지만 김대중정권 이후에 역시 기본적으로는 민주당 친화적으로 변해 있는 상태다. 디제이피 연합의 여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번 지방선거와 17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우호성이 꽃을 피웠던바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지역들은 중립지대로 분류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그러니 이 간단한 분석을 통해 양 파에 우호적인 지역과 중립적인 지대의 선거 주요 이슈에 대한 대응과 결집, 이완의 양상을 이번 사건을 통해 간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자파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보통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우리는 '초원복집 사건'을 통해 확인한 바 있고, 긍정적 이슈로 여겨지던 것이 결과에 나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남북정상회담 발표'의 부정적 선거 영향의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중요한 이슈는 결집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용민 사건은 조중동과 방송 3사가 주요 이슈로 만들었고, 트위터도 호응하면서 4월 3일 이후 가장 강력한 이슈로 작동했다. 이는 전체 선거에 광범위하게 파장을 미쳤을 것이다. 어떻게? 단순히 인근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데서 끝나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판세 자체를 변화시켰다는게 내 생각이다.

 우선은 전통적 지지세가 강한 지역들. 이곳에서는 자파에 대한 지지 경향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역색을 강화시키는 악영향으로 나타났을 거라는 이야기다. '나쁜 놈들이네.'라는 방식으로 경상도를 새누리에, '위험해졌네.'라는 보호적 반응을 전라도에 띄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런식의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를 따지는게 아님을 기억하자. 사건 자체, 김용민의 발언 자체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자파 승리를 위한 결집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성격을 갖기 때문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짓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 될 뿐이다.

 어쨌건 이런 식의 반응은 수도권에 있는 선거구들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친야성향인 곳은 그곳들대로, 친여성향의 지역에는 그곳들대로 각각 비슷하게 영향을 미쳐 선거 결과에 반영됐을 거라는 추정이다.

 상당히 이완되어 가던 지역별 투표성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을까.

 그러는 가운데 친야성향 지지층(상대적으로 더 도덕성에 집착하는?)의 이완을 불러왔을 가능성도 높다. 친여성향 지지층은 부정적으로 결집하고, 친야성향 지지층은 보호본능적으로 결집하는 가운데 광범위한 이완, 이탈층이 친야성향 유권자층에서 나왔다면?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 뻔해질 것이고, 이는 실제 결과와도 상당히 일치한다.


 그러면 충청과 강원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게 오늘 주제에 해당하는데 길게 늘어놓고 나서 이제야 따지게 되니 앞뒤가 좀 안맞는 듯도 하다만 어쩌겠나, 모두 풀어놓을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이 지역은 중립지대이다. '누구를 위해' 뭉쳐야 할 이유가 없는 곳이고, 그때그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집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을 심판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한다고 전제하기로 하자.

 이들이야말로 해당 이슈에 대해 가장 '정직하게' 반응했을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해당 이슈가 주는 충격에 곧이 곧대로 반응했으리라는 것. 또한 서울이나 수도권 대도시에 비해 트위터등 SNS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해명을 접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고, 조중동과 방송등 전통적 매체의 지배를 받을 위험도 높았을 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선거전략 수립에 기준 지역이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충청과 강원에 노년층이 많이 분포해서라고 분석하면 오판이 되겠다. 다른 지역에도 노년층은 그정도로 분포하니까. 또한 지역의 사회적 성격에 원인을 돌리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냥 해당 사건이 주는 충격에 가장 솔직하게 반응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정치적으로 유일한 이슈가 아니었고, 충청의 경우 박근혜 엄마의 고향이라는 점, 공화당 총재였던 김종필의 고향이라는 점등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민통당 분석에서 부정적 영향이 실시간으로 포착되었다면 주로는 김용민 사태가 참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하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


 이 영향은 다시 서울, 수도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났을 것이고, 결국 여야성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야권 지지성향의 이완이 동반되었으리라는 추정을 할 수 있게 한다. 경기 북부, 동부와 강남의 완패에도 상당히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정권심판의 기세를 잠재우는 노릇을 했고, 충청과 강원이 가장 액면 그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  부산등 친여성향 지지세력의 결집까지 동반했을 수 있다. 과잉해석일까?ㅋ


 막 떠오른 아이디어를 날것 그대로 쓰다보니 맥이 잘 잡히지 않는 글이 됐다. 길어졌고, 밀도도 낮다. 이제 간단히 정리를 해 보자.

 김용민 사건은 이완되던 지역성 투표의 강화를 유발했을 수 있다. 수도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로 짚지는 않았지만 세대별 투표의 성향에도 비슷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중립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과 강원이 작용의 크기를 추산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삼을 수 있다. 충청과 강원의 참패에 김용민 사건이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는 민통당의 주장은 책임회피를 위해 내놓는 핑계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분석은 분석대로 받아 들이자. 대충 이렇게?ㅋ

2012년 4월 10일 화요일

총선이 끝나면 그동안 참아왔던 이야기들을 좀 풀어가 보려고 한다.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싶지 않아 참아왔던 이야기들이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불거진 몇가지 중요한 정치적 주제들에 대해 비판적인 고찰을 해보려던 계획인데, 게으름으로 인해 날짜가 더 미뤄지거나 어쩌면 한정없이 늘어지기도 하겠지만 차근차근 풀어가 보려고 한다.

 우선은 이정희문제에 대해서 다시 충분히 검토해 볼 것이다. 여러가지 논거를 들어 이정희는 정치계에서 발을 빼야 마땅함을 밝히려고 한다. 그는 정치를 계속할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이를 독자들에게 설득할 예정이다.

 다음은 역시 김용민사태와 한명숙등 민통당 지도부의 어리석은 대처에 대해서 따지고, 대안세력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확인시킬 것이다. 김용민은 설령 노원갑구 유권자들의 오판으로 인해 의원에 당선하더라도 국회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의원직을 반납해야 한다. 민통당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정치를 주도할 자격이 없음도 아울러 밝힐 것이다.

 이와 연관지어 시민의 정치적 도착증상들에 대해서도 강하게 추궁할 것이다. 자진해서 정치공학자들이 되어 있는 이상한 현실에 대해서 따지고, 변화를 요구하려고 한다. 역시 정치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민들이다. 이들이 이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정치를 구경할 길은 너무나 멀 것이므로.

 그밖에 직간접적으로 이 주제들과 연관된 주제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노무현 신화화와 그에따른 정치적 타락에 대해서도 논할 것이고, 광주에서 이정현과 전주에서 정운천의 선전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띄는지에 대해서도 한국정치의 구도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일도 포함한다.

 한국정치는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이대로는 안된다.


 투표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2012년 4월 8일 일요일

새벽에 쓰는 반성문.

 여섯시를 조금 넘은 시각. 새벽이라고 하기엔 늦었고, 아침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반성문을 씁니다.

 전전반측. 뒤척이기만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일어났습니다. 요 며칠 일들이 저를 괴롭혀서였죠. 잘 지내던 트친들하고도 언성 높일 일이 생기고, 틀어지기도 하고, 무더기로 언팔, 블락을 하고, 그래도 정리가 되지 않는 그저그런 상태가 주는 괴로움.

 트위터를 폐쇄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어나 앉았습니다. 더이상 정치트윗을 할 힘도 남아있지 않고, 의욕도 상실했으면서 관성에 의해서 꾸역꾸역 트윗을 하고 있는 제 꼴이 볼썽사납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신명이 나서가 아니라 어거지로 없는 힘을 뽑아내서 쓰는 트윗들이 악을 지르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고. 지금이 정리할 때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어났죠.

 그런데 막상 로그인을 하고 들어와 보니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더군요. 6개월 가까운 시간동안 4만 5천개에 육박하는 트윗을 했는데, 이걸 모두 한순간에 날려버리자니 너무 억울한 생각도 들어서요. 특별히 가치있는 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반년 가까이를 거의 트위터에 매달려 살다시피 했는데, 그 시간들이 싹둑 잘려나가는 셈이니까. 아무런 보람도 없이.

 그래서 결심을 못하고 우선은 임시로 잠금으로 설정을 해 놓은 상태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죠. 모든 팔로잉, 팔로워를 정리하고 글만 남겨놓을까 싶더군요. 4만개 넘는 트윗들 가운데에는 다시 살려서 쓸만한 아이디어들이 몇가지는 들어있을테니 일단 뽑아낼건 뽑고 나서 폐쇄하더라도 폐쇄를 하자는 식의 타협책이었죠.

 먼저 팔로잉을 정리하러 들어갔다가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천명이 넘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내가 만나고 있었던 거라는걸 잊고 있다가 겨우 상기하게 된거죠. 이정희 문제로 격앙되어 일방적인 트윗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아주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실인데, 그제서야 겨우 다시 깨우치게 됐습니다.

 내 트윗을 보는 사람들이 최고 2,300명을 넘었는데, 내가 그 많은 사람들을 향해서 한달이 다 되도록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각성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기계 안쪽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수천의 사람들인데. 내가 할 말만 제한도 없이 마구 퍼부어 댔구나. 폭력이 싫다고 하면서 엄청난 폭력을 마구 저지르고 있었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절박함은 제것일 뿐이었는데, 그 호소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구 윽박지르고, 고함치고, 비꼬고, 찌르고. 어휴. 무던히도 잔인하게 굴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 정견의 차이를 떠나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고, 선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인데, 함부로 발길질을 해댔으니.

 깊이 반성하고 사과합니다.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이 계시다면 부디 잘 낫기를 바라고, 그부분에 대해서 용서를 바랍니다. 상처까지는 아니더라도 속 시끄러워 피곤하셨을 트친분들께도 아울러 사과드립니다. 주의를 전혀 안한 것은 아니지만, 강성 발언의 폭주에 얼마나 피곤하셨을지. 거듭 죄송합니다.

 물론 이정희나 김용민에 대한 제 판단은 유지합니다. 이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트위터를 어떻게 처리할까.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계속하게 될지 여부부터 미정이니.ㅋ 일단은 잠궈놓았고, 팔로잉도 일부 줄였고, 특히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최재천, 정동영, 천정배와 그 정치식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언팔처리 했습니다. 팔로워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등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 해 본 다음 결론이 나오면 거기에 따르겠습니다.

 계폭이 답인지도 모르는데 이것 저것 따지면서 망설이는걸 보니 저도 참 무던히도 우유부단한 모양입니다. 트위터를 계속하게 되더라도 받는 쪽에 사람이 숨쉬고 있고, 그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수천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사과드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년 4월 5일 목요일

김대중의 이름으로 김용민의 퇴출을 요구한다.


지난해 늦가을 무렵 오랜 정치 무관심의 시절을 접고 무언가 발언할 기회를 찾아 처음 정치트윗을 시작했다. 그 이래 줄곧 나는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산사람들끼리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죽은 사람들의 권위에 올라 타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사람들을 향해, 죽은 사람은 보내주고 산 사람들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변해 왔다. 

 주로 노무현의 귀신을 불러내 쓰는 이들을 향한 호소였기는 하지만, 그것이 김대중이 되었건, 노무현이 되었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유훈에 의해 산 사람들의 세상이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귀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산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정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한해 딱 한번만 김대중의 권위에 기대려고 한다. 김대중을 존경한다는 여러분들께 호소한다. 진정 그 뜻이 꾸밈이 없는 사실이라면, 그의 인권감수성을 되새겨 보시기 바란다. 그분이 살아 이런 사태를 맞았을 때라면 과연 어떤 대응을 요구하셨을지를 고려해 보시는게 좋지 않겠나. 자기 편리할대로 이용해 먹지만 말고 정말로 되살려 써야 할 가치를 따라 가 보면 어떨까. 

 내가 아는 김대중이라면, 김용민의 발언을 확인하는 순간 어떤 주저나 망설임도 없이,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고려, 총선승패에 대한 염려를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단호하게 퇴출을 결정하셨으리라 믿는다. 그가 지도하는 선거였다면 분명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렇게 선택했으리라 확신한다. 

 반면 노무현이었다면 이와 전혀 다르게 대응하긴 했겠다. 그라면 고집스럽게 버티기를 요구했을 것같다. 조중동의 농간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등을 하면서 승부에 모든 것을 걸고 가치의 기준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지 않았을까. 내가 아는 두 전직대통령의 격차는 이렇게 큰 것이다. 그들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노빠들이 하는 모습이 그 충실한 반영이기도 하다.

 김대중은 60년대에 이미 부부문패를 사용하였고, 사형을 선고받는 순간에도 정치보복 금지를 요구했다. 자기에게 처결의 전권이 넘어왔을 때도 정적에 대한 사면을 결정했고(비판의 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나는 찬성한다.), 사형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였으며, 여성부를 신설하여 여성인권 신장에 앞장섰다. 

 우여곡절 끝에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어 기본적 인권의 관념을 구현하는데 노력하였고, 세계적 호평을 산 바도 있다. 내가 김대중을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이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는 근거 중 중요한 사항들이다.

 1924년생의 인권감수성의 내용이다. 당신과 나는 2012년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우리가 1924년생 김대중의 인권감수성에도 미치지 못한 무딘 감수성으로 살아 간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그토록 반인권적이고 참혹한 망언들 앞에, 당신과 직접 연관성도 떨어지는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따지며 묻어두고 가자고 하고, 조중동 프레임이니 걸려들어서는 안된다는 어리석은 소리를 늘어놓는게 창피하지 않은가? 

 아울러 박지원씨에게 요구한다. 당신이 진정 김대중정신의 수호자가 맞다면 지금 당장 모든 정치적 계산을 접고 김용민의 사퇴를 요구하라. 김대중의 제자들, 최재천, 추미애, 설훈에게도 요구한다. 당신들이 그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거든 김용민의 퇴출을 당당히 주장하라. 

 정치인이 하는 말의 무게를 알았던 정치인 김대중, 국회의 권위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변하던 정치인, 인권의 가치를 무엇보다 앞에 세웠던 정치인, 여성의 권익신장에 힘썼던 그를 존경하는 제자들이 맞다면 표 몇개 얻겠다고 침묵으로 방치하는 지금의 모습을 한없이 부끄러워 해야 한다. 입을 열라.

2012년 4월 4일 수요일

김용민의 국회의원 후보직 사퇴를 촉구한다.


 민주통합당 노원구갑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인 김용민은 과거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미국에 대해서 테러를 하는거예요.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스펠트, 라이스는 아예 강간을 해가지고 죽이는거에요. 곳곳에서 테러를 저지르는거죠. 그러면은 우리나라가 고마워서라도 테러를 저지르겠습니까? 이렇게 선수를 치는 방법이 있겠다..」

 이에 야권연대를 응원해 온 나는 모든 연대세력에 대한 지지 철회를 걸고 김용민의 사퇴를 촉구한다. 아래에 그 이유를 밝힐 것이고, 트위터를 중심으로 터져나온 몇가지 종류의 항변들에 대해 반박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법과 제도를 다루는 직업이다.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가장 엄격한 도덕성과 균형잡인 사고, 높은 인권의식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실제로 이 요구가 실천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시민과 유권자는 이것을 요구할 권리를 지닌다. 감시할 의무도 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개입하여 이를 강제할 책임도 있다. 사회의 기본질서를 세우는 기구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소홀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만들어 가는 논의구조에 따라 내 삶이 지배를 받는다. 내 삶을 규율할 제도를 다루는 사람들이 보통사람들에 비해 훨씬 엄격한 도덕성과 균형잡힌 사고, 높은 인권의식을 유지하기 원하는 것은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고, 당연한 권리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내 삶을 규율할 제도를 만든다면 내가 지켜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김용민은 단순히 도덕성에서 미달하는 정도가 아니라서 사퇴의 이유는 훨씬 더 강력하다. 그는 초강력 범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먹이고 있고, 흉악범으로 악명높은 유영철을 들어 살인과 강간살인을 저지르게 하자는 극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런자가 만드는 반 범죄 법제를 믿을까? 이런자가 만드는 여성보호법제를 믿을까? 이런자가 만드는 인권관련 제도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 인권관념 자체가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자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은 물론 공적인 영역으로 진입할 자격을 원천적으로 상실한 김용민의 후보직 사퇴는 너무도 당연한 요구이다. 이 요구에 맞서서 나오는 몇가지 주요한 항변에 대해 반박하겠다. 


1. 과거에 한 일이다. 그것이 현재까지 제한해서야 되겠는가?

 물론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 과거의 모든 일이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선택에 장해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반 생활인이라면 이정도 항변에 눈감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밝히거니와 국회의원은 가장 엄격한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자리이다. 과거의 모든 행적이 다시 점검당해야 하는 이유이고, 그가운데 반사회성이 지나치게 큰 언행이 확인되는 이는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제도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공적 영역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굳이 사적인 발언을 걸고 넘어져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또한 공적 영역의 진입을 시도했더라도,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음담패설이나 욕설, 비속어 사용 정도였다면 한번쯤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경우는 극히 예외적으로 그 정도가 극악하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살인으로 대응하고, 여성의 경우는 강간 살인으로 대응하며, 그것도 흉악범의 대명사인 유영철을 시켜서 하자는 자의 사고구조를 어떻게 믿고 제도를 만드는 일을 하도록 방치할 수 있겠는가.

 그가 국회의원이 된다고 가정해 보자. 당선을 목적으로 출마했으니 당선이후를 가정하는 것은 당연할 터.  그가 검찰이나 법원, 법무장관이나 경찰청장 앞에서 흉악범 대책을 물을 수 있겠나? 성범죄 대책, 살인등 강력 범죄가 창궐하는 현실에 대해 질타할 자격이 있을까?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그 자리에 서게 해야 한다는 뜻에서라도 김용민은 사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2. 공직에 나서기 전의 일이라, 공직자의 책임과 동일선상에서 엄격하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위에서 다룬 내용이랑 많은 부분이 겹치겠다. 공적 영역에 진입하는 순간 과거의 행적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 당하는 것은 각오해야 할 일이다. 동일할것까진 없지만 현역 공직자에 준하는 기준으로 그 행적을 따져 물어야 함은 당연한 요구가 되겠다.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진 일처럼 항변하기도 하지만, 강용석의 경우는 훨씬 더 사적인 자리였음에도 그보다 훨씬 급이 낮은 성희롱 발언으로 인해 당에서 쫓겨났고, 실질적으로 정치계에서 퇴출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 마당에 그를 쫓아낸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엄격해야 할 민주통합당이 그의 후보직을 계속해서 인정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3. 누구나 그정도의 발언은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하지 않느냐?

 먼저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술자리나 사석이 궁금하다. 적어도 내 경험에는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흉악범을 시켜서 미운 사람을 죽이고, 여자일 경우는 강간해서 죽인다는 말을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농담으로 하고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나는 사실 이번에 처음 들었다. 내가 나도 모르는 괴물들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었나싶어 새삼 소름이 끼쳤다. 늬들은 그러고 사니? 

 참고삼아 밝혀두자면, 내 친구들은 그렇게 저급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만약 혹여라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나는 그 즉시 절연한다. 그런 인간을 뭐라고 친구로 두고 사냐?ㅋ

 하물며 아주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최소한 수천명이 들었던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낄낄거리면서 했다면 그의 인권의식, 사회의식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그냥 그런데서 낄낄거리며 사는게 어울린다. 그런것까지 찾아가서 말릴 생각은 없다. 음지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니까. 단, 그래놓고 공적인 영역을 넘보지는 말아야 한다는 기준만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4. 더한 사람도 있다?

 이명박도 있고, 박근혜도 있는데 하고많은 그들의 악행은 놔두고 왜 '우리편'을 공격하지 못해서 안달이냐는 비아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심스럽지도 않고 당당하게 비난을 섞어가며, 조소를 보낸다는게 이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다른 글에서 밝힌바와 같이 최소한 성관련 발언에 관한 한 최근 정치권에서 김용민의 발언에 필적할만큼 과격한 성희롱 발언은 나온 적이 없고, 이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발언으로 정계에서 실질적으로 퇴출당한 사례만 확인할 수 있다. 

 정치행위 전반을 두고 따져, 우선 시급한 것이 '더나쁜 놈들'을 몰아내는 일이니만큼, '우리편의 잘못'은 일단 눈감고 넘어가자고 하기도 하는데, 한번 두번 해 오던 솜씨가 몸에 익어서 이미 체질화 되어버린 상태에 이르러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위험천만한 나쁜 습관이다. 

 절대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꼭 비교할 대상을 끌어와서 상대적 문제로 바꿔버리려고 시도한다는게 이들의 문제인데, '야 넌 왜 이건 거론 안하면서 그것만 가지고 난리야? 너 수상해? 진의가 뭐냐?'라는 투로 오히려 공격성을 띄기까지 하여,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을 질리게 한다. 

 하지만 당부하거니와 제발 절대악은 절대악으로 다루고 상대비교 시도를 좀 멈춰주기 바란다. 상대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이 분명이 존재하고, 김용민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한다.

 '더 큰 잘못이 존재하므로 작은 잘못은 눈감아 줘도 된다.'는 편한 논리에 따르자면, 히틀러, 스탈린, 폴포트, 차우세스쿠, 밀로세비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박정희도, 전두환도, 이승만도 비판할 여지가 사라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이명박은 거론될 이유조차 사라지는 희한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지 않겠는가? 

 폴포트가 나쁘다고 해서 이명박이 나쁘지 않은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이 나쁘다고 해서 김용민의 잘못이 덮이지 않는다. 무엇을 끌어와서 견주더라도 상대비교로 완화시키기 어려운 절대악행이 존재함을 좀 인정하면 안될까?

 언제까지 불량품을 진열해 놓고, 그 가운데서 고르라고 강요할 셈이고, 이런 농간에 자청해서 넘어가주는 바보로 살겠다는 말인가? 좀 더 나은 사람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도 못하나. 무엇이 무서워서. 무엇때문에.


5. 우리편이니 봐 주자, 더 중요한 과제를 위해서? 언제까지?

 김용민은 누구의 편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편은 아니다. 그리고 내편이 제발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니 우리편이라고 봐줘야 할 이유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건 내편이고 아니고도 아니다. 국회의원 직의 특성과 그래서 유지해야 할 자격에 관한 논의에 편가름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앞에서도 이미 이야기 했지만 강조하는 의미에서 다시 짚고 넘어가자.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제도적 기초를 세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바라야 하는 것은 좋은 법을 만들고, 사회적 기본질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라는 것이지, '우리편의 승리'같은게 아니다. 

 우리편이 되었건 아니건 간에 더 좋은 법을 만들고, 더 좋은 제도를 고안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를 더 많이 채우고 있을 수록 당신과 나의 삶은 덜 고달파질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죽일 수도 있고, 여성은 강간해서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일을 잘 해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뭘 근거로 기대하란 말인가.


6. 원래 잡놈이었다? 그래서 뭐? 계속 그런거나 하면서 살아.

 원래부터 잡놈이었다고도 한다. 난 정확히 '잡놈'이 의미하는바가 무엇인지 모른다. 대충의 감은 있지만 그들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던 말인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다만 그들이 어떤 의미로 쓰고 다니건 간에, '진짜 잡놈'이라면 국회의원을 지망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안다.

  은유적으로 어떤 의미를 내포한 말이었건 간에, 그 내용을 넘어 '진짜로 반사회적인 인사'라는 실상이 포함되어 있다면 당연히 공적 영역의 꽃인 국회의원을 넘봐서는 안된다. 국회는 반사회적 인사들이 가서 과거를 반성하는데 사용되는 곳이 아니다. 반성을 안할만한 삶에 가까웠을 수록 좋고, 반성을 해야 한다면 밖에서 이미 마친 사람들이 지망할 수 있는 곳이다. 

 비유로 '시정잡배같은 정치인'들이라고 쓰는 경우는 있지만, 진짜 '시정잡배'가 정치를 하고, 법을 다루고, 제도를 세우게 하는 것은 지나친 자비심이고, 무모한 모험이다. 그런 언행이 편한 사람은 거기에 맞는 삶을 사는게 좋다. 왜 애꿎게 국회의원직을 지망해서 여러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느냔 말이다.


7. 지역구민에게 맡기면 된다? 당선되면 어쩌고? 국회는 국민이 만든다.

 이미 출마한 마당에 과거의 발언을 근거로 하여 공무담임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고, 법적인 뒷받침도 받을 수 없으므로, 정치적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일견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이 뽑는 자리인 동시에 국가의 일을 담당하는 자리로, 지역구민의 이해하고만 연관되어 있지 않다. 지역구민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 놓기에는 고작 300명 가운데 한명이 지니는 무게가 너무 크다. 그의 판단이 내 삶을 제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역구민의 판단에만 맡겨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도 개입할 자격이 있고, 사퇴를 요구해서 아예 원천적으로 지역구민의 선택대상에서 배제되도록 노력할 권리가 있다. 


8.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라고 하여 무한정 보장되지 않는다. 반사회적 표현이나 사상은 법으로 제한하기도 하고, 법이 놓치는 부분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여론을 통해서 제한하기도 한다. 제한은 싸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조갑제, 지만원의 518관련 발언에 대해서 국민적 지탄을 통해 발언권을 제한하는 것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인종차별관련 발언등도 마찬가지다. 

 살인, 강간살인, 테러가 앞에 든 예에 비해 제한당해야 하는 정도가 낮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공적인 영역의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사람이 이런 극언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면 이는 쉽게 용인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자신의 과거에 책임을 지는게 옳고, 책임을 지는 방법은 진입의 포기라고 본다. 


9. 아부 그라이브(?) 사건에 대한 반응이었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김용민 옹호론자들이 갑자기 꺼내든 자기 방어책이 바로, '관타나모 수용소 사진'론이다. 조국의 트위터가 발상지가 아닌가 싶은데, 뜬금없이 그런 해명이 터져나왔다. 

 처음에 문제의 발언이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개그라는 둥, 연기였으니 괜찮다던 해명은 쏙 들어가고 이때부터 돌연 반미 의거라도 되는냥, 인권말살에 대한 거룩한 분노이기라도 한냥 포장된 해명이 유포되고 있는 중이다. 저걸 보고도 저만큼도 말하지 못한단 말이냐고 막 오히려 비판자들을 향해 화를 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항변들이 참 뜬금없다. 김용민 자신은 해명 회견등을 통해 자신도 듣고 놀랄 정도로 기억에도 없다고 했는데, 관타나모와 연관된 발언이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조국의 입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조국의 창의성이 빚어낸 무마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부시, 럼스펠트, 라이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꿰어 맞추는 수단으로 그보다 좋은 소재를 찾기 어려웠을테니 말이다. 아니면 김용민의 해명이 거짓이거나. 둘 가운데 하나이겠다.

 나 역시 김용민이 했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관된 사건도 없는데 불쑥 그들을 처참하게 죽이자고 발언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짐작은 처음부터 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 맥락은 중요시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 방향에서 공세적 해명을 들이대고 있으니 차분히 따져보자. 

 관타나모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내 트친들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시기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건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에서 있었던 것인 듯하다. 방송일이 2004년 12월 어느날인데 반해, 관타나모가 국내에 화제가 된 때는 그 이듬해인 2005년 이었다고 하니 적어도 관타나모이긴 어렵고, 2004년 중반에 터져나온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사건일 개연성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훨씬 이전인 2002년도에도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으니 굳이 연관시키자면 기어코 아니라고 할 이유는 없겠다. 뒤늦게 흥분할 수도 있긴 하니까.

 하지만 이 해명의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그가 극언한 잘못을 덜어주지 못한다는 것이 내 견해이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세우는 사람의 인권의식이 겨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사회에서나 있음직한 사고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위험한 일이니까. 너희들이 고문을 했으니, 나는 너희들의 정치지도자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겠다는 말이 저급한 성인방송에서는 통할 수 있겠지만, 그 발언을 하는 순간 그는 공적인 영역으로 갈 미래를 스스로 닫아버렸다고 보는게 옳다. 

 우리는 고문의 대명사 정형근과 극우의 대명사 김용갑등을 각고의 노력 끝에 정치권 밖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세월이 도운 일이고, 나이가 참에 따라 자연스럽게 밀려난 측면이 크지만, 우리의 끈질긴 노력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다. 최소한 고문과 관련한 사람들, 이런 행위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국회를 구성하게 할 수 없다는 정의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다시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가서는 안된다는데 대해 이미 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비참한 인권관념에 전혀 뒤지지 않는 사고의 소유자를 2012년의 국회에서 다시 보아야 할 일이 생길 위기에 처했다. 최악의 퇴행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를 국회로 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앞서 거론한 이들을 쫓아내려고 노력하던 사람들 쪽에 가깝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여기서도 '우리편' 극행은 허용되느냐는 반문이 성립한다. 

 좀 공정해지자. 다른 편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면 이쪽 편에서도 안되는 것이다. 다른쪽에서 했기 때문에 쫓겨날 일이라면, 이쪽에서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게 아닌가.

 분노할 일에 분노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하는데에도 금도가 있다. 발언에도 넘어서는 안되는 절대적 선이 있다. '저놈들 다 죽이고 싶다'와 '유영철을 시켜,죽이고, 강간해서 죽이고.'는 질이 다르고, 처분도 달라야 한다. 또한 일반인과 국회의원에 적용할 엄격성의 기준도 당연히 달라야 한다. 김용민의 극언은 이 모든 기준을 한꺼번에 초월해 버렸다. 

 그가 한 발언 내용이 국내에 대한 아랍테러의 방지에 관한 묘안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미군기지내 아랍인 수용소에서 벌어진 사건들하고의 연관성을 사실은 인정하기도 어렵고, 해명의 사실성에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전히 그는 자격이 없다. 


 정치는 준비하지 않던 이가 순간적인 유명세를 등에 업고 불쑥 뛰어들어도 좋은 영역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심에 속하고, 중요한 일을 다루는 국회의원직은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공적 이익을 생각하며 충분히 노력해 오던 이들이 그들의 뜻을 펼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해야 하는 자리이다. 머릿수를 채우거나, 유명세에 대한 댓가로 치르기에는 그 역할과 책임이 지나치게 크다. 

 김용민은 사퇴해야 한다. 사퇴하지 않으면 민주통합당 차원에서 축출해야 한다. 다른 처리 방안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