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3일 화요일

강용석, 석호익의 발언 내용과 후속처리.

 길을 잃었을 때 우리는 지도를 보고, 지금 발생한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 선례를 살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응책이다. 선례를 따져 그 처리 방향을 살피고, 그와 대조해서 어느정도의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할지를 결정하여 새로운 사례로 남겨놓는 것이다. 후대에 이는 좋은 지침으로 활용될 것이다. 그렇게 역사는 누적적으로 발전한다. 

 김용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이런 방법을 쓰자. 비슷한 전례를 찾아 살펴보고, 이와 비교해서 어느정도의 제재가 그의 발언에 합당할지를 결정하자는 이야기다.

 정치인이 성관련 막말을 했을 때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최근에 있었던 두가지 사례를 살펴보고, 소동이 빚어진 이후 어떻게 사후처리 하였는지 알아보자. 이성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김용민이 사퇴해야 하는지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이기는 하다.

 이 과정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김용민의 경우 단순히 성관련 망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유영철을 시켜서, 부시와 럼스펠트는 죽이고, 라이스는 강간해서 죽이는 방법으로 제거하고, 미국 전역에 테러를 저지름으로써 아랍 테러집단에 환심을 사서 국내에 대한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살인, 강간, 강간살인, 테러. 과연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드는지 최근의 정치인 망언의 수준과 직접 비교를 해 보고, 처리방향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1. 강용석의 예.

 강용석은 아나운서 지망생들과 만난 사석에서, "심사위원들은 토론내용은 안 듣고 얼굴만 본다."고 하고,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또한 한나라 초청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그 여학생에게, "그 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라고 한 뒤, "옆에 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전화번호도 알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각자의 견해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김용민의 발언에 비하면 아주 가벼운 농담이라고 해도 될만한 발언이다. 물론 따질 것도 없이 책임을 져야 하는 성희롱 발언이고 마땅히 그가 받은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만하지만, 김용민의 극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밀도가 낮았다고 보는게 공정할 것이다.

 강용석은 이 발언으로 인해 소동이 빚어지고 나서 당에서 출당조치 되었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만약 김용민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에 위와 같은 발언이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윤리위 회부를 통한 제명조치까지 가야할 사안이라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

 이 후 강용석은 급속히 사고의 균형을 잃고, 화성인같은 짓만 골라서 하게 되었고, 이런 필사적인 자기구제 노력(인지도 올리기 작전이었다고 판단한다.)에도 불구하고 기존 소속정당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한 끝에 이제 이번 총선을 마지막으로 정계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성적 농담이 불러온 비참한 말로다. 

 국회와 정당이 국회의원의 윤리와 도덕성, 품위 유지에 소홀 한 듯 보여도, 이처럼 엄격하게 처리한 전례가 멀지 않은 과거에 있었음을 기억해 낼 필요가 있다. 이 사례는 지금 김용민을 감싸고 도는 사람들이 그토록 우습게 아는 '한나라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대안세력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정치세력과 지지자들이 김용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 석호익이 예.

 석호익은 지난 2007년 한 강연 자리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무리한 농담을 동원했었다는 사실이 당 공천심사 과정을 전후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물의를 빚은 끝에 이미 받아냈던 공천권을 반납하고, 항의 탈당하여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상태이다. 역시 한나라의 후신인 새누리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문제가 된 석호익의 발언도 역시 김용민의 극언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라고 해도 좋을만하다. 21세기 성장동력 중 하나로 여성인력 활용을 강조하던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며 "여성은 구멍이 하나 더 있지 않냐?"라고 말했다. 여성의 '성기'를 구멍에 비유한게 전부라면 전부다.

 지금 훨씬 지독한 망언을 하고도 버티고 있는 김용민에 비하면 석호익이나 강용석의 경우는 억울해할 수도 있을 정도로 그 정도와 수위가 낮다. 물론 성희롱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아니고 처리가 과했다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그정도의 불이익은 받아야 마땅했다. 다만 이런 최근 전례를 모범으로 삼아 훨씬 지독한 망언을 퍼부은 김용민의 처리를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싶은 것이다. 


 김용민의 사퇴를 바란다. 사퇴하지 않는다면 민주통합당은 마땅히 후보직을 박탈하고, 그를 출당조치해야 한다. 한나라와 그 후신 새누리당에서조차 이처럼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엄격하게 다룬 최근 전례가 있는데, 그 대안세력을 자처하는 민주통합당이 국회의원직 한석을 더하자는 생각으로, 또는 그를 따르는 나꼼수 지지자들의 코묻은 표에 대한 욕심으로 단호한 처리를 주저한다면 그에 따르는 재앙은 계량할 수 없이 커질 것임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그를 지지하며 그의 사퇴를 반대하고, 어떤 식으로건 옹호 논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의 이야기처럼 '더한 사례'는 최소한 최근 것으로 존재하는 예가 없다. 그보다 훨씬 낮은 수위에, 성관련 발언에 국한되는 정도의 말을 하고도 이처럼 엄격한 제재를 받고 정계에서 쫓겨날 준비를 하고 있는 전례를 확인하시고, 무리한 주장을 거두시기 바란다. 

 김용민에게 퇴출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정치인의 망언이나 추문에 대한 제재는 갈수록 더 엄격해지는게 국민들에게 좋다. 이미 잘 처리한 선례가 존재하는데, 이제와서 더 너그러운 처분을 한다면 그동안 쌓아 온 윤리강화의 방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른 선택은 서로를 타락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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