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4일 수요일

김용민의 국회의원 후보직 사퇴를 촉구한다.


 민주통합당 노원구갑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인 김용민은 과거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미국에 대해서 테러를 하는거예요.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스펠트, 라이스는 아예 강간을 해가지고 죽이는거에요. 곳곳에서 테러를 저지르는거죠. 그러면은 우리나라가 고마워서라도 테러를 저지르겠습니까? 이렇게 선수를 치는 방법이 있겠다..」

 이에 야권연대를 응원해 온 나는 모든 연대세력에 대한 지지 철회를 걸고 김용민의 사퇴를 촉구한다. 아래에 그 이유를 밝힐 것이고, 트위터를 중심으로 터져나온 몇가지 종류의 항변들에 대해 반박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법과 제도를 다루는 직업이다.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가장 엄격한 도덕성과 균형잡인 사고, 높은 인권의식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실제로 이 요구가 실천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시민과 유권자는 이것을 요구할 권리를 지닌다. 감시할 의무도 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개입하여 이를 강제할 책임도 있다. 사회의 기본질서를 세우는 기구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소홀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만들어 가는 논의구조에 따라 내 삶이 지배를 받는다. 내 삶을 규율할 제도를 다루는 사람들이 보통사람들에 비해 훨씬 엄격한 도덕성과 균형잡힌 사고, 높은 인권의식을 유지하기 원하는 것은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고, 당연한 권리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내 삶을 규율할 제도를 만든다면 내가 지켜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김용민은 단순히 도덕성에서 미달하는 정도가 아니라서 사퇴의 이유는 훨씬 더 강력하다. 그는 초강력 범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먹이고 있고, 흉악범으로 악명높은 유영철을 들어 살인과 강간살인을 저지르게 하자는 극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런자가 만드는 반 범죄 법제를 믿을까? 이런자가 만드는 여성보호법제를 믿을까? 이런자가 만드는 인권관련 제도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 인권관념 자체가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자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은 물론 공적인 영역으로 진입할 자격을 원천적으로 상실한 김용민의 후보직 사퇴는 너무도 당연한 요구이다. 이 요구에 맞서서 나오는 몇가지 주요한 항변에 대해 반박하겠다. 


1. 과거에 한 일이다. 그것이 현재까지 제한해서야 되겠는가?

 물론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 과거의 모든 일이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선택에 장해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반 생활인이라면 이정도 항변에 눈감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밝히거니와 국회의원은 가장 엄격한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자리이다. 과거의 모든 행적이 다시 점검당해야 하는 이유이고, 그가운데 반사회성이 지나치게 큰 언행이 확인되는 이는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제도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공적 영역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굳이 사적인 발언을 걸고 넘어져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또한 공적 영역의 진입을 시도했더라도,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음담패설이나 욕설, 비속어 사용 정도였다면 한번쯤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경우는 극히 예외적으로 그 정도가 극악하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살인으로 대응하고, 여성의 경우는 강간 살인으로 대응하며, 그것도 흉악범의 대명사인 유영철을 시켜서 하자는 자의 사고구조를 어떻게 믿고 제도를 만드는 일을 하도록 방치할 수 있겠는가.

 그가 국회의원이 된다고 가정해 보자. 당선을 목적으로 출마했으니 당선이후를 가정하는 것은 당연할 터.  그가 검찰이나 법원, 법무장관이나 경찰청장 앞에서 흉악범 대책을 물을 수 있겠나? 성범죄 대책, 살인등 강력 범죄가 창궐하는 현실에 대해 질타할 자격이 있을까?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그 자리에 서게 해야 한다는 뜻에서라도 김용민은 사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2. 공직에 나서기 전의 일이라, 공직자의 책임과 동일선상에서 엄격하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위에서 다룬 내용이랑 많은 부분이 겹치겠다. 공적 영역에 진입하는 순간 과거의 행적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 당하는 것은 각오해야 할 일이다. 동일할것까진 없지만 현역 공직자에 준하는 기준으로 그 행적을 따져 물어야 함은 당연한 요구가 되겠다.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진 일처럼 항변하기도 하지만, 강용석의 경우는 훨씬 더 사적인 자리였음에도 그보다 훨씬 급이 낮은 성희롱 발언으로 인해 당에서 쫓겨났고, 실질적으로 정치계에서 퇴출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 마당에 그를 쫓아낸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엄격해야 할 민주통합당이 그의 후보직을 계속해서 인정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3. 누구나 그정도의 발언은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하지 않느냐?

 먼저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술자리나 사석이 궁금하다. 적어도 내 경험에는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흉악범을 시켜서 미운 사람을 죽이고, 여자일 경우는 강간해서 죽인다는 말을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농담으로 하고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나는 사실 이번에 처음 들었다. 내가 나도 모르는 괴물들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었나싶어 새삼 소름이 끼쳤다. 늬들은 그러고 사니? 

 참고삼아 밝혀두자면, 내 친구들은 그렇게 저급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만약 혹여라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나는 그 즉시 절연한다. 그런 인간을 뭐라고 친구로 두고 사냐?ㅋ

 하물며 아주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최소한 수천명이 들었던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낄낄거리면서 했다면 그의 인권의식, 사회의식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그냥 그런데서 낄낄거리며 사는게 어울린다. 그런것까지 찾아가서 말릴 생각은 없다. 음지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니까. 단, 그래놓고 공적인 영역을 넘보지는 말아야 한다는 기준만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4. 더한 사람도 있다?

 이명박도 있고, 박근혜도 있는데 하고많은 그들의 악행은 놔두고 왜 '우리편'을 공격하지 못해서 안달이냐는 비아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심스럽지도 않고 당당하게 비난을 섞어가며, 조소를 보낸다는게 이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다른 글에서 밝힌바와 같이 최소한 성관련 발언에 관한 한 최근 정치권에서 김용민의 발언에 필적할만큼 과격한 성희롱 발언은 나온 적이 없고, 이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발언으로 정계에서 실질적으로 퇴출당한 사례만 확인할 수 있다. 

 정치행위 전반을 두고 따져, 우선 시급한 것이 '더나쁜 놈들'을 몰아내는 일이니만큼, '우리편의 잘못'은 일단 눈감고 넘어가자고 하기도 하는데, 한번 두번 해 오던 솜씨가 몸에 익어서 이미 체질화 되어버린 상태에 이르러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위험천만한 나쁜 습관이다. 

 절대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꼭 비교할 대상을 끌어와서 상대적 문제로 바꿔버리려고 시도한다는게 이들의 문제인데, '야 넌 왜 이건 거론 안하면서 그것만 가지고 난리야? 너 수상해? 진의가 뭐냐?'라는 투로 오히려 공격성을 띄기까지 하여,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을 질리게 한다. 

 하지만 당부하거니와 제발 절대악은 절대악으로 다루고 상대비교 시도를 좀 멈춰주기 바란다. 상대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이 분명이 존재하고, 김용민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한다.

 '더 큰 잘못이 존재하므로 작은 잘못은 눈감아 줘도 된다.'는 편한 논리에 따르자면, 히틀러, 스탈린, 폴포트, 차우세스쿠, 밀로세비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박정희도, 전두환도, 이승만도 비판할 여지가 사라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이명박은 거론될 이유조차 사라지는 희한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지 않겠는가? 

 폴포트가 나쁘다고 해서 이명박이 나쁘지 않은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이 나쁘다고 해서 김용민의 잘못이 덮이지 않는다. 무엇을 끌어와서 견주더라도 상대비교로 완화시키기 어려운 절대악행이 존재함을 좀 인정하면 안될까?

 언제까지 불량품을 진열해 놓고, 그 가운데서 고르라고 강요할 셈이고, 이런 농간에 자청해서 넘어가주는 바보로 살겠다는 말인가? 좀 더 나은 사람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도 못하나. 무엇이 무서워서. 무엇때문에.


5. 우리편이니 봐 주자, 더 중요한 과제를 위해서? 언제까지?

 김용민은 누구의 편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편은 아니다. 그리고 내편이 제발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니 우리편이라고 봐줘야 할 이유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건 내편이고 아니고도 아니다. 국회의원 직의 특성과 그래서 유지해야 할 자격에 관한 논의에 편가름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앞에서도 이미 이야기 했지만 강조하는 의미에서 다시 짚고 넘어가자.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제도적 기초를 세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바라야 하는 것은 좋은 법을 만들고, 사회적 기본질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라는 것이지, '우리편의 승리'같은게 아니다. 

 우리편이 되었건 아니건 간에 더 좋은 법을 만들고, 더 좋은 제도를 고안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를 더 많이 채우고 있을 수록 당신과 나의 삶은 덜 고달파질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죽일 수도 있고, 여성은 강간해서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일을 잘 해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뭘 근거로 기대하란 말인가.


6. 원래 잡놈이었다? 그래서 뭐? 계속 그런거나 하면서 살아.

 원래부터 잡놈이었다고도 한다. 난 정확히 '잡놈'이 의미하는바가 무엇인지 모른다. 대충의 감은 있지만 그들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던 말인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다만 그들이 어떤 의미로 쓰고 다니건 간에, '진짜 잡놈'이라면 국회의원을 지망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안다.

  은유적으로 어떤 의미를 내포한 말이었건 간에, 그 내용을 넘어 '진짜로 반사회적인 인사'라는 실상이 포함되어 있다면 당연히 공적 영역의 꽃인 국회의원을 넘봐서는 안된다. 국회는 반사회적 인사들이 가서 과거를 반성하는데 사용되는 곳이 아니다. 반성을 안할만한 삶에 가까웠을 수록 좋고, 반성을 해야 한다면 밖에서 이미 마친 사람들이 지망할 수 있는 곳이다. 

 비유로 '시정잡배같은 정치인'들이라고 쓰는 경우는 있지만, 진짜 '시정잡배'가 정치를 하고, 법을 다루고, 제도를 세우게 하는 것은 지나친 자비심이고, 무모한 모험이다. 그런 언행이 편한 사람은 거기에 맞는 삶을 사는게 좋다. 왜 애꿎게 국회의원직을 지망해서 여러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느냔 말이다.


7. 지역구민에게 맡기면 된다? 당선되면 어쩌고? 국회는 국민이 만든다.

 이미 출마한 마당에 과거의 발언을 근거로 하여 공무담임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고, 법적인 뒷받침도 받을 수 없으므로, 정치적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일견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이 뽑는 자리인 동시에 국가의 일을 담당하는 자리로, 지역구민의 이해하고만 연관되어 있지 않다. 지역구민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 놓기에는 고작 300명 가운데 한명이 지니는 무게가 너무 크다. 그의 판단이 내 삶을 제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역구민의 판단에만 맡겨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도 개입할 자격이 있고, 사퇴를 요구해서 아예 원천적으로 지역구민의 선택대상에서 배제되도록 노력할 권리가 있다. 


8.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라고 하여 무한정 보장되지 않는다. 반사회적 표현이나 사상은 법으로 제한하기도 하고, 법이 놓치는 부분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여론을 통해서 제한하기도 한다. 제한은 싸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조갑제, 지만원의 518관련 발언에 대해서 국민적 지탄을 통해 발언권을 제한하는 것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인종차별관련 발언등도 마찬가지다. 

 살인, 강간살인, 테러가 앞에 든 예에 비해 제한당해야 하는 정도가 낮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공적인 영역의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사람이 이런 극언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면 이는 쉽게 용인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자신의 과거에 책임을 지는게 옳고, 책임을 지는 방법은 진입의 포기라고 본다. 


9. 아부 그라이브(?) 사건에 대한 반응이었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김용민 옹호론자들이 갑자기 꺼내든 자기 방어책이 바로, '관타나모 수용소 사진'론이다. 조국의 트위터가 발상지가 아닌가 싶은데, 뜬금없이 그런 해명이 터져나왔다. 

 처음에 문제의 발언이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개그라는 둥, 연기였으니 괜찮다던 해명은 쏙 들어가고 이때부터 돌연 반미 의거라도 되는냥, 인권말살에 대한 거룩한 분노이기라도 한냥 포장된 해명이 유포되고 있는 중이다. 저걸 보고도 저만큼도 말하지 못한단 말이냐고 막 오히려 비판자들을 향해 화를 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항변들이 참 뜬금없다. 김용민 자신은 해명 회견등을 통해 자신도 듣고 놀랄 정도로 기억에도 없다고 했는데, 관타나모와 연관된 발언이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조국의 입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조국의 창의성이 빚어낸 무마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부시, 럼스펠트, 라이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꿰어 맞추는 수단으로 그보다 좋은 소재를 찾기 어려웠을테니 말이다. 아니면 김용민의 해명이 거짓이거나. 둘 가운데 하나이겠다.

 나 역시 김용민이 했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관된 사건도 없는데 불쑥 그들을 처참하게 죽이자고 발언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짐작은 처음부터 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 맥락은 중요시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 방향에서 공세적 해명을 들이대고 있으니 차분히 따져보자. 

 관타나모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내 트친들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시기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건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에서 있었던 것인 듯하다. 방송일이 2004년 12월 어느날인데 반해, 관타나모가 국내에 화제가 된 때는 그 이듬해인 2005년 이었다고 하니 적어도 관타나모이긴 어렵고, 2004년 중반에 터져나온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사건일 개연성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훨씬 이전인 2002년도에도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으니 굳이 연관시키자면 기어코 아니라고 할 이유는 없겠다. 뒤늦게 흥분할 수도 있긴 하니까.

 하지만 이 해명의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그가 극언한 잘못을 덜어주지 못한다는 것이 내 견해이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세우는 사람의 인권의식이 겨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사회에서나 있음직한 사고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위험한 일이니까. 너희들이 고문을 했으니, 나는 너희들의 정치지도자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겠다는 말이 저급한 성인방송에서는 통할 수 있겠지만, 그 발언을 하는 순간 그는 공적인 영역으로 갈 미래를 스스로 닫아버렸다고 보는게 옳다. 

 우리는 고문의 대명사 정형근과 극우의 대명사 김용갑등을 각고의 노력 끝에 정치권 밖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세월이 도운 일이고, 나이가 참에 따라 자연스럽게 밀려난 측면이 크지만, 우리의 끈질긴 노력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다. 최소한 고문과 관련한 사람들, 이런 행위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국회를 구성하게 할 수 없다는 정의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다시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가서는 안된다는데 대해 이미 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비참한 인권관념에 전혀 뒤지지 않는 사고의 소유자를 2012년의 국회에서 다시 보아야 할 일이 생길 위기에 처했다. 최악의 퇴행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를 국회로 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앞서 거론한 이들을 쫓아내려고 노력하던 사람들 쪽에 가깝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여기서도 '우리편' 극행은 허용되느냐는 반문이 성립한다. 

 좀 공정해지자. 다른 편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면 이쪽 편에서도 안되는 것이다. 다른쪽에서 했기 때문에 쫓겨날 일이라면, 이쪽에서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게 아닌가.

 분노할 일에 분노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하는데에도 금도가 있다. 발언에도 넘어서는 안되는 절대적 선이 있다. '저놈들 다 죽이고 싶다'와 '유영철을 시켜,죽이고, 강간해서 죽이고.'는 질이 다르고, 처분도 달라야 한다. 또한 일반인과 국회의원에 적용할 엄격성의 기준도 당연히 달라야 한다. 김용민의 극언은 이 모든 기준을 한꺼번에 초월해 버렸다. 

 그가 한 발언 내용이 국내에 대한 아랍테러의 방지에 관한 묘안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미군기지내 아랍인 수용소에서 벌어진 사건들하고의 연관성을 사실은 인정하기도 어렵고, 해명의 사실성에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전히 그는 자격이 없다. 


 정치는 준비하지 않던 이가 순간적인 유명세를 등에 업고 불쑥 뛰어들어도 좋은 영역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심에 속하고, 중요한 일을 다루는 국회의원직은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공적 이익을 생각하며 충분히 노력해 오던 이들이 그들의 뜻을 펼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해야 하는 자리이다. 머릿수를 채우거나, 유명세에 대한 댓가로 치르기에는 그 역할과 책임이 지나치게 크다. 

 김용민은 사퇴해야 한다. 사퇴하지 않으면 민주통합당 차원에서 축출해야 한다. 다른 처리 방안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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