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2일 목요일

김용민 사건이 불러온 정치적 파장-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민통당 선거 관계자들은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공통적으로 말한다. 김용민 사건이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충청과 강원도의 표심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박선숙 사무총장이 먼저 말을 꺼냈고, 이후 다른 자리에서 박용진 대변인도 재차 확인해주었으므로 민통당의 공식적 입장에 준하는 평가라고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이들이 무엇을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을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선거기간 내내 정당은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전략을 만들고, 수정하고 하는데, 이를 통해 사건을 전후해 유의할 정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원인 분석의 차원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것이다.

 이를 발뺌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천실패나 지역밀착형 정치의 실패등 당 차원에서 범한 진짜 잘못을 덮어버리기 위해 면피용으로 꺼내놓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하지만 원인을 분석하는 자리에서까지, '너희들 전체의 잘못인데 자꾸 핑계대지 말라.'는 식으로 윽박지르기나 한다면 여러 원인들을 조목조목 분석해 향후 참고 자료로 활용할 길을 막는 짓이 될 것이다. 분석하는 자리에서는 철저히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발언권을 허용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발뺌이 되기도 어려운 것이, 이는 실시간에 가깝게 지지율 변화를 체크하면서 김용민 사건이 미치는 파장에 대해 확인을 했으면서도, 지지율이 빠져서 선거판세가 불리해지는 것을 보면서도,무슨 이유에서건(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테고, 다른 자리에서 따지자.)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은 자신들의 무능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파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고 해 놓고, 서론이 길어졌는데, 이런 글에서까지 분량이나 밀도를 조절할 필요는 없겠다. 생각 나는 모든 것들을 풀어놓는게 도움이 될테니까. 자 그럼 이제 파장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생각보다 알맹이가 없을수도 있는데 실망하지 마시기 바란다.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인지 나조차 따져보지 않고 쓰기 시작한 글이라서다. 착안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선거기간 막판에 판세분석 관련 기사에서(경향 4.10?) 성동갑구(최재천)가 경합지역이다가 경합열세 지역으로 변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민주당 관계자의 전언이라는 형식으로 전한 적이 있다. 최재천은 이를 들어 마지막 한표가 필요하다고 트위터를 통해 호소했다. 이때 들었던 지지율 변화의 원인이 바로 '김용민 막말파문'이었다. 서울에서도 범강남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간접 증빙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의 조각에 유의하며서 선거 패배 이후 박선숙과 박용진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충청과 강원의 패배에 악영향을 강하게 미쳤다.'는 부분을 추가해서 전체 그림을 완성해 보자.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지를 추정해 보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 추론해 보기로 하자.


 우선은 그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시작한 일이니만큼 거기서부터 출발하는게 좋겠다. 충청과 강원이 왜 가장 강하게 영향을 받았을까를. 다시 부탁하지만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는 잠시 잊어버리시라고 제안하고 넘어간다. 논점에 집중하려면 자꾸 이것 저것 가져와 섞어버리는 일만큼 혼란만 가중시키고 능률을 떨어뜨리지는 짓이 없으니 다시한번 확인.

 이번 선거 결과에서도 확인했지만 아직도 '지역'이라는 변수가 한국 선거에서는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경상은 수구-보수당 지지, 전라는 개혁-진보당 지지의 구도가 기본이고, 제주는 주로 전라와 친화성을 보여 왔다. 충청과 강원은 전통적으로는 전자 세력 우호적으로 유지되다가 김대중정권 이후 변화가 발생해 강원이 후자와 전자를 번갈아 지지하는 식으로 변했다.

 충청은 자민련-선진당으로 이어지는 지역정당(스스로 표방한다.)에 밀착한 상태로 이들의 의중에 따라 좌우를 왔다갔다 하기는 하지만 김대중정권 이후에 역시 기본적으로는 민주당 친화적으로 변해 있는 상태다. 디제이피 연합의 여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번 지방선거와 17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우호성이 꽃을 피웠던바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지역들은 중립지대로 분류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그러니 이 간단한 분석을 통해 양 파에 우호적인 지역과 중립적인 지대의 선거 주요 이슈에 대한 대응과 결집, 이완의 양상을 이번 사건을 통해 간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자파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보통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우리는 '초원복집 사건'을 통해 확인한 바 있고, 긍정적 이슈로 여겨지던 것이 결과에 나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남북정상회담 발표'의 부정적 선거 영향의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중요한 이슈는 결집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용민 사건은 조중동과 방송 3사가 주요 이슈로 만들었고, 트위터도 호응하면서 4월 3일 이후 가장 강력한 이슈로 작동했다. 이는 전체 선거에 광범위하게 파장을 미쳤을 것이다. 어떻게? 단순히 인근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데서 끝나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판세 자체를 변화시켰다는게 내 생각이다.

 우선은 전통적 지지세가 강한 지역들. 이곳에서는 자파에 대한 지지 경향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역색을 강화시키는 악영향으로 나타났을 거라는 이야기다. '나쁜 놈들이네.'라는 방식으로 경상도를 새누리에, '위험해졌네.'라는 보호적 반응을 전라도에 띄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런식의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를 따지는게 아님을 기억하자. 사건 자체, 김용민의 발언 자체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자파 승리를 위한 결집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성격을 갖기 때문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짓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 될 뿐이다.

 어쨌건 이런 식의 반응은 수도권에 있는 선거구들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친야성향인 곳은 그곳들대로, 친여성향의 지역에는 그곳들대로 각각 비슷하게 영향을 미쳐 선거 결과에 반영됐을 거라는 추정이다.

 상당히 이완되어 가던 지역별 투표성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을까.

 그러는 가운데 친야성향 지지층(상대적으로 더 도덕성에 집착하는?)의 이완을 불러왔을 가능성도 높다. 친여성향 지지층은 부정적으로 결집하고, 친야성향 지지층은 보호본능적으로 결집하는 가운데 광범위한 이완, 이탈층이 친야성향 유권자층에서 나왔다면?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 뻔해질 것이고, 이는 실제 결과와도 상당히 일치한다.


 그러면 충청과 강원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게 오늘 주제에 해당하는데 길게 늘어놓고 나서 이제야 따지게 되니 앞뒤가 좀 안맞는 듯도 하다만 어쩌겠나, 모두 풀어놓을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이 지역은 중립지대이다. '누구를 위해' 뭉쳐야 할 이유가 없는 곳이고, 그때그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집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을 심판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한다고 전제하기로 하자.

 이들이야말로 해당 이슈에 대해 가장 '정직하게' 반응했을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해당 이슈가 주는 충격에 곧이 곧대로 반응했으리라는 것. 또한 서울이나 수도권 대도시에 비해 트위터등 SNS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해명을 접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고, 조중동과 방송등 전통적 매체의 지배를 받을 위험도 높았을 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선거전략 수립에 기준 지역이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충청과 강원에 노년층이 많이 분포해서라고 분석하면 오판이 되겠다. 다른 지역에도 노년층은 그정도로 분포하니까. 또한 지역의 사회적 성격에 원인을 돌리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냥 해당 사건이 주는 충격에 가장 솔직하게 반응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정치적으로 유일한 이슈가 아니었고, 충청의 경우 박근혜 엄마의 고향이라는 점, 공화당 총재였던 김종필의 고향이라는 점등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민통당 분석에서 부정적 영향이 실시간으로 포착되었다면 주로는 김용민 사태가 참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하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


 이 영향은 다시 서울, 수도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났을 것이고, 결국 여야성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야권 지지성향의 이완이 동반되었으리라는 추정을 할 수 있게 한다. 경기 북부, 동부와 강남의 완패에도 상당히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정권심판의 기세를 잠재우는 노릇을 했고, 충청과 강원이 가장 액면 그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  부산등 친여성향 지지세력의 결집까지 동반했을 수 있다. 과잉해석일까?ㅋ


 막 떠오른 아이디어를 날것 그대로 쓰다보니 맥이 잘 잡히지 않는 글이 됐다. 길어졌고, 밀도도 낮다. 이제 간단히 정리를 해 보자.

 김용민 사건은 이완되던 지역성 투표의 강화를 유발했을 수 있다. 수도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로 짚지는 않았지만 세대별 투표의 성향에도 비슷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중립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과 강원이 작용의 크기를 추산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삼을 수 있다. 충청과 강원의 참패에 김용민 사건이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는 민통당의 주장은 책임회피를 위해 내놓는 핑계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분석은 분석대로 받아 들이자. 대충 이렇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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