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5일 목요일

김대중의 이름으로 김용민의 퇴출을 요구한다.


지난해 늦가을 무렵 오랜 정치 무관심의 시절을 접고 무언가 발언할 기회를 찾아 처음 정치트윗을 시작했다. 그 이래 줄곧 나는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산사람들끼리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죽은 사람들의 권위에 올라 타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사람들을 향해, 죽은 사람은 보내주고 산 사람들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변해 왔다. 

 주로 노무현의 귀신을 불러내 쓰는 이들을 향한 호소였기는 하지만, 그것이 김대중이 되었건, 노무현이 되었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유훈에 의해 산 사람들의 세상이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귀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산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정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한해 딱 한번만 김대중의 권위에 기대려고 한다. 김대중을 존경한다는 여러분들께 호소한다. 진정 그 뜻이 꾸밈이 없는 사실이라면, 그의 인권감수성을 되새겨 보시기 바란다. 그분이 살아 이런 사태를 맞았을 때라면 과연 어떤 대응을 요구하셨을지를 고려해 보시는게 좋지 않겠나. 자기 편리할대로 이용해 먹지만 말고 정말로 되살려 써야 할 가치를 따라 가 보면 어떨까. 

 내가 아는 김대중이라면, 김용민의 발언을 확인하는 순간 어떤 주저나 망설임도 없이,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고려, 총선승패에 대한 염려를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단호하게 퇴출을 결정하셨으리라 믿는다. 그가 지도하는 선거였다면 분명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렇게 선택했으리라 확신한다. 

 반면 노무현이었다면 이와 전혀 다르게 대응하긴 했겠다. 그라면 고집스럽게 버티기를 요구했을 것같다. 조중동의 농간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등을 하면서 승부에 모든 것을 걸고 가치의 기준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지 않았을까. 내가 아는 두 전직대통령의 격차는 이렇게 큰 것이다. 그들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노빠들이 하는 모습이 그 충실한 반영이기도 하다.

 김대중은 60년대에 이미 부부문패를 사용하였고, 사형을 선고받는 순간에도 정치보복 금지를 요구했다. 자기에게 처결의 전권이 넘어왔을 때도 정적에 대한 사면을 결정했고(비판의 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나는 찬성한다.), 사형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였으며, 여성부를 신설하여 여성인권 신장에 앞장섰다. 

 우여곡절 끝에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어 기본적 인권의 관념을 구현하는데 노력하였고, 세계적 호평을 산 바도 있다. 내가 김대중을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이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는 근거 중 중요한 사항들이다.

 1924년생의 인권감수성의 내용이다. 당신과 나는 2012년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우리가 1924년생 김대중의 인권감수성에도 미치지 못한 무딘 감수성으로 살아 간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그토록 반인권적이고 참혹한 망언들 앞에, 당신과 직접 연관성도 떨어지는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따지며 묻어두고 가자고 하고, 조중동 프레임이니 걸려들어서는 안된다는 어리석은 소리를 늘어놓는게 창피하지 않은가? 

 아울러 박지원씨에게 요구한다. 당신이 진정 김대중정신의 수호자가 맞다면 지금 당장 모든 정치적 계산을 접고 김용민의 사퇴를 요구하라. 김대중의 제자들, 최재천, 추미애, 설훈에게도 요구한다. 당신들이 그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거든 김용민의 퇴출을 당당히 주장하라. 

 정치인이 하는 말의 무게를 알았던 정치인 김대중, 국회의 권위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변하던 정치인, 인권의 가치를 무엇보다 앞에 세웠던 정치인, 여성의 권익신장에 힘썼던 그를 존경하는 제자들이 맞다면 표 몇개 얻겠다고 침묵으로 방치하는 지금의 모습을 한없이 부끄러워 해야 한다. 입을 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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