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8일 일요일

새벽에 쓰는 반성문.

 여섯시를 조금 넘은 시각. 새벽이라고 하기엔 늦었고, 아침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반성문을 씁니다.

 전전반측. 뒤척이기만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일어났습니다. 요 며칠 일들이 저를 괴롭혀서였죠. 잘 지내던 트친들하고도 언성 높일 일이 생기고, 틀어지기도 하고, 무더기로 언팔, 블락을 하고, 그래도 정리가 되지 않는 그저그런 상태가 주는 괴로움.

 트위터를 폐쇄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어나 앉았습니다. 더이상 정치트윗을 할 힘도 남아있지 않고, 의욕도 상실했으면서 관성에 의해서 꾸역꾸역 트윗을 하고 있는 제 꼴이 볼썽사납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신명이 나서가 아니라 어거지로 없는 힘을 뽑아내서 쓰는 트윗들이 악을 지르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고. 지금이 정리할 때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어났죠.

 그런데 막상 로그인을 하고 들어와 보니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더군요. 6개월 가까운 시간동안 4만 5천개에 육박하는 트윗을 했는데, 이걸 모두 한순간에 날려버리자니 너무 억울한 생각도 들어서요. 특별히 가치있는 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반년 가까이를 거의 트위터에 매달려 살다시피 했는데, 그 시간들이 싹둑 잘려나가는 셈이니까. 아무런 보람도 없이.

 그래서 결심을 못하고 우선은 임시로 잠금으로 설정을 해 놓은 상태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죠. 모든 팔로잉, 팔로워를 정리하고 글만 남겨놓을까 싶더군요. 4만개 넘는 트윗들 가운데에는 다시 살려서 쓸만한 아이디어들이 몇가지는 들어있을테니 일단 뽑아낼건 뽑고 나서 폐쇄하더라도 폐쇄를 하자는 식의 타협책이었죠.

 먼저 팔로잉을 정리하러 들어갔다가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천명이 넘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내가 만나고 있었던 거라는걸 잊고 있다가 겨우 상기하게 된거죠. 이정희 문제로 격앙되어 일방적인 트윗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아주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실인데, 그제서야 겨우 다시 깨우치게 됐습니다.

 내 트윗을 보는 사람들이 최고 2,300명을 넘었는데, 내가 그 많은 사람들을 향해서 한달이 다 되도록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각성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기계 안쪽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수천의 사람들인데. 내가 할 말만 제한도 없이 마구 퍼부어 댔구나. 폭력이 싫다고 하면서 엄청난 폭력을 마구 저지르고 있었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절박함은 제것일 뿐이었는데, 그 호소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구 윽박지르고, 고함치고, 비꼬고, 찌르고. 어휴. 무던히도 잔인하게 굴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네요. 정견의 차이를 떠나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고, 선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인데, 함부로 발길질을 해댔으니.

 깊이 반성하고 사과합니다.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이 계시다면 부디 잘 낫기를 바라고, 그부분에 대해서 용서를 바랍니다. 상처까지는 아니더라도 속 시끄러워 피곤하셨을 트친분들께도 아울러 사과드립니다. 주의를 전혀 안한 것은 아니지만, 강성 발언의 폭주에 얼마나 피곤하셨을지. 거듭 죄송합니다.

 물론 이정희나 김용민에 대한 제 판단은 유지합니다. 이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트위터를 어떻게 처리할까.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계속하게 될지 여부부터 미정이니.ㅋ 일단은 잠궈놓았고, 팔로잉도 일부 줄였고, 특히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최재천, 정동영, 천정배와 그 정치식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언팔처리 했습니다. 팔로워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등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 해 본 다음 결론이 나오면 거기에 따르겠습니다.

 계폭이 답인지도 모르는데 이것 저것 따지면서 망설이는걸 보니 저도 참 무던히도 우유부단한 모양입니다. 트위터를 계속하게 되더라도 받는 쪽에 사람이 숨쉬고 있고, 그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수천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사과드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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